2013학년도 신학기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올 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대개 학용품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학부형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들뜨기 쉽다. 이와 반대로 막연한 불안감과 초조감을 느끼는 부모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학교라는 낯선 환경에서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 학업을 잘 쫓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대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갓 취학한 아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소아우울증과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는 학업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이 시기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이에 대해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학교 가기 거부하고 배 아프다는 아이, 알고 보니 소아우울증? = 아이들은 그저 밝아서 우울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좌절, 실망감, 상실감을 느낄 때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아이들은 그것을 어른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다. 예를 들면 어른들은 우울한 기분이 들면 일단 표정부터 어두워지고 말을 안 하거나 방에 칩거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꺼린다.
반면 아이들은 평상 시 표정 변화는 많지 않은 가운데 짜증을 많이 내고 신경질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한 교수는 “또 우울증에 의한 주의력 저하 탓에 아이가 ‘멍 때리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걸 순한 아이라서 그런 것으로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이 상태를 자칫 방치할 경우 성격의 일부로 고착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의 정신건강과 학업성취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평상 시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이상 징후 조기 발견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 교수는 “아이들이 이전과 다르게 짜증을 내거나 예민한 상태를 보이고 집중력 장애, 학습능력 저하와 더불어 복통, 두통과 같은 신체 이상 증상을 호소하면 한 번쯤 소아우울증 때문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가기를 거부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면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해 봐야 한다.
부모들이 자녀의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 자녀의 심리상태에 관심을 갖고 작은 행동 변화도 가급적 놓치지 말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러자면 늘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기분 상태를 부모에게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정리정돈이 안돼 늘 주변이 어지러운 게 ADHD때문이라고? = ADHD는 한 마디로 ‘부산하고 산만한’ 것을 말한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과잉행동형과 부주의형이다.
과잉행동형의 아이들은 몸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못한 채 꼼지락거리고 쉼 없이 뛰어다니며 주변사람의 정신을 사납게 만든다. 참을성도 부족해서 차례를 잘 기다리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으면 심하게 떼를 쓰기도 한다.
반면 부주의형의 아이들은 학습을 할 때 집중을 못해서 공부하라고 하면 5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 10분이면 풀 수 있는 학습지를 1시간이 되어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해야 할 일을 일러주어도 언제 그런 말을 들었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어느 경우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많이 듣게 되고, 친구들과의 다툼도 잦게 되며 때로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또 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학업성적은 기대한 것보다 낮게 나온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뭔가를 하더라도 주의력 부족으로 좀처럼 집중해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정리정돈을 잘 못해 늘 주변에 믈건을 늘어놓기 일쑤인 경우 ADHD 때문일 수도 있다”며 “ADHD 환자들은 병명과 주 증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머릿속도 거의 똑같이 엉켜 있고, 행동도 그렇게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행한 것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80%가 뚜렷한 효과, 즉 행동이 차분해지고 주의력도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수정을 위한 상담치료로 진행된다.